오후 다섯 시였습니다.
커밋 22개를 올려 두고 한 숨 돌리는데 이상하게 뿌듯하지가 않았어요. 화장실 갈 틈도 정신없이 일한 날이었는데 말이죠.
이번 주 계획은 분명했습니다.
옵시디언 강의를 업데이트하고 미뤄 두었던 뉴스레터와 유튜브 발행 프로세스를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는 것.
그런데 이번 주 절반이 지나는 동안 계획한 일에는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.
이미지 한 장 만들러 갔다가 앱을 고치고 나왔다
시작은 사소했어요.
<그해오늘> 마케팅 글에 붙일 이미지가 필요했어요. ChatGPT로 몇 장 만들어 보는데, 그중 한 장에서 눈이 멈췄습니다.
"어, 라이트 모드 색감이 이게 더 예쁜데?"
그 한마디가 시작이었습니다.
앱에 디자인 테마를 새롭게 추가하고 내친김에 개발 버전 앱에 적용까지 해 봤어요.
디자인은 마음에 들었지만 다른 의사결정 포인트들이 있어서 일단은 개발 앱까지만 적용해두고 멈췄습니다.

아마도 여기서 멈췄으면 시간을 덜 뺏겼을 거예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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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은 마케팅 글 예약 발행이었습니다.
제가 직접 만들어 쓰는 <SNS 마케팅 에이전트>에는 예약 발행 기능을 구현해 두었는데, 커뮤니티에서 "API로 올리면 노출이 덜 되는 것 같다"는 이야기를 듣고 선뜻 쓰지 못하고 있었거든요.
이번에는 정말 불이익이 있는지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.
이 과정에서 시간 날 때 고치려고 적어 둔 '마케팅 에이전트 백로그' 목록이 떠올랐어요.
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아니었지만 "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까, 이번에 하자." 그렇게 또 정신없이 고치기 시작했습니다.
둘 다 언젠가 하려던 일이었고, 완료 이후에 성취감도 있었습니다.
다만 마음 한쪽이 계속 찝찝했어요. 이번 주에 계획했던 일도 아니었고 긴급성이 높은 일도 아니었거든요.
직접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계획대로 일하지 않게 됐다
그날 저녁 허탈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.
예전의 저는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에 따라 한 단계씩 밟아 가는 사람이었어요.
필요한 기능을 직접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일의 흐름이 달라졌습니다. 고칠 것이 끝없이 보이고, 보이는 순간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.
그렇게 진행한 일들은 백로그에 있던 일이라 죄책감도 크게 없고요.
요즘 저는 앱 두 개와 SNS 마케팅 에이전트, 주식 트레이딩 에이전트에 유튜브와 뉴스레터까지 혼자 굴립니다. 그러다 보니 이런 날이 더 잦아졌어요. (알면서도 또 빠집니다..ㅎㅎ)
제가 허탈했던 건 계획과 실제로 한 일이 달랐기 때문이었어요.
많이 한 날이라고 해서 잘한 날은 아니었던 거죠.
다음 날도 그랬다
다음 날 첫번째 우선순위도 뉴스레터 발행이 있었습니다. 벌써 삼일째 넘어온 업무였죠.
하지만, 그날 진행한 첫 작업은 옵시디언 노트에 작성한 뉴스레터 글을 휴대폰에서 미리 볼 수 있는 뷰어 만들기였습니다.
오후에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에 커밋 26개를 올렸고요.
뉴스레터 포스팅은 초안만 써두고 한 글자도 고치지 못했습니다.
배운 것 하나
목표를 적어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.
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손이 먼저 움직이는걸 막아야 해요.
그래서 저는 계획대로 진행하는 연습부터 다시 해 보려고 합니다.
새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만 묻는 거예요. 지금 하려는 일이 이번 주에 하려던 그 일인지 말이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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